소형 오피스텔 암흑기 지나나… “문의 늘고 가격 오를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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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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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소형 빌라와 다세대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때 애물단지 신세가 됐던 소형 오피스텔이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직 거래량이 늘지는 않았지만, 매수문의가 증가했고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22일 소형 오피스텔이 밀집한 신촌·강남·마포 일대 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에서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빌라·다세대주택·오피스텔을 종합부동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택 수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한 이후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오피스텔 전경

소형 오피스텔은 지난 2020년 8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율을 기존 0.6~3.0%에서 1.2~6.0%로 높이면서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수수요가 크게 위축됐고, 이에 더해 취득세를 중과할 때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매수문의가 뚝 끊겼다. 과거에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보지 않아 오피스텔을 보유한 상태에서 아파트 한 채를 취득하더라도 1주택자 수준으로 취득세가 부과됐는데, 법 개정 이후 오피스텔(과표 1억원 초과)을 보유한 상태에서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율이 8%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대거 생겨났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임대주택 사업자에 한해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배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취득세율이 조정되지 않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줄면 오피스텔을 더 보유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선 경우가 생긴 것이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이 모여있는 이대역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2020년 8월 정부가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하기로 한 이후 오피스텔 시장은 1년 6개월째 매수자 우위인 상태로 유지됐지만, 인수위 발표 이후 매물을 걷어들이거나 더 비싼 가격에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매매가격이 올라갈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일례로 2014년 준공한 신촌자이엘라는 전용 32㎡(4층) 호실이 지난 12일 2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동일면적·층수 호실이 2억6900만원에 팔렸는데, 당시 가격보다 600만원가량 비싸게 팔린 것이다. 2004년 입주한 이화인비따레 오피스텔 전용 22㎡의 경우 지난 5일 7층 호실이 1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2020년 12월 매매가격(1억4100만원)보다 900만원 올랐다.

신촌·이대 대학가와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업무단지의 주거수요를 흡수하는 마포구청 인근에서도 소형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1억4900만~1억6000만원대로 분양한 미르웰한올림 오피스텔의 경우 올해 초에는 1억58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내려갔으나, 지금은 다시 1억7400만원대 거래되고 있다. 인근 KCC상암스튜디오 380도 지난 7일 전용 20㎡(10층) 호실이 1억5500만원에 팔리면서 작년 10월 동일평형 매매가격(1억4700만원, 6층) 대비 800만원 올랐다.

업무지구인 강남·서초지역도 마찬가지다. 이곳도 한때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분양가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2014년 입주한 강남푸르지오시티 2차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 7일 전용 22㎡짜리 호실이 1억5800만원에 팔렸는데 이는 동일 면적에서 작년 1월 거래된 종전 최저가 1억3000만원보다 2800만원 높은 금액이다. 이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1억5300만원이었다.

서초역 인근 서화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초와 교대, 남부터미널 인근 오피스텔들은 2020년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했지만,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리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매수문의는 2배 수준으로 늘었고, 매매가격도 다소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매매가격과 호가가 높아지는 데 비해 아직 실제 거래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는 않다. 정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관망세를 보이는 매수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수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면서 “매수자들 중 상당수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포구청역 인근 C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집을 보고 싶다는 손님들은 많지만 계약까지 이어진 경우가 아직 많지는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형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서 실제로 제외된다면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사려는 다주택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소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가 가능한 아파텔과 달리 수요가 뚝 끊기면서 지난 2년간 암흑기를 거쳤다”면서 “정부 정책이 완화되면 수요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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